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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드려요 월례회의 훈화

애덕의 모후 레지아 제 395차 월례회의 훈화(이용권 안드레아)신부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6 07:23 | 조회 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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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의정부교구 애덕의 모후 레지아 2020년 7월 훈화

 

1.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 4달이 넘었습니다. 여전히 확진자가 발표되고, 사회생활과 여가활동, 특히 신앙활동에 여러 제약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쁘레시디움 주회합의 재개와 중단이 본당 별로 다르게 진행되다보니, 한쪽에서는 불안에 떠는 말들이, 다른 편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2. 그런데 이 코로나 사태가 긍정적인 면도 가져왔습니다. 바로 가정의 재발견입니다. 회식이나 모임이 없어지고, 바깥 활동이 제한되어 식구들이 집으로 일찍 들어오고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어려웠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되었습니다. 같이 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대화도 많아지고 서로 몰랐거나 생각지 못했던 것들, 오해하고 있던 것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가정의 소중함과 가족 간의 사랑을 재발견했다고 합니다.

 

3. 우리 교구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설문 조사도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와 토론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교리나 신앙에 대한 가르침들을 동영상이나 강의 자료 등으로 제공하는 분들도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고민의 핵심은 미사와 모임이 제한되는 시국에 어떻게 ‘복음을 선포하고’(마르 16,16) ‘주님의 말씀을 가르칠’(마태 28,20 참조) 것인지 하는 것입니다. 이를 줄이면, ‘복음의 선포와 신앙의 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저는 이러한 상황과 고민들을 보면서, 어릴 적이 떠올랐습니다. 아침에 잠을 깨우는 것은 언제나 어머니의 낮은 기도 소리였습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방 한켠에서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매일 눈을 뜨면 보는 첫 장면이었습니다. 저녁이면 모두가 촛불을 켜고 무릎을 꿇고 앉아 함께 기도했습니다. 묵주기도 5단을 다 바치다보면 다리가 저려 요리조리 몸을 비틀고 다리를 폈다 접었다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가만히 앉아 기도에만 집중하던 어머니의 모습에 다시 자세를 바로 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모태 신앙으로 성장한 많은 분들이 이와 비슷한 체험을 갖고 계실 것입니다.

 

5. 또 다른 기억도 있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어렵고 힘든 이들과 함께 하던 모습입니다. 마을의 눈먼 할머니 댁을 찾아가 청소와 빨래를 하고 말씀을 나누거나, 가난한 집에 남몰래 쌀과 찬거리를 가져다주거나, 거지에게 상을 차려주던 일 따위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 어머니만이 아니었습니다. 성당 행사에 밥을 짓고 국수를 삶던 어머니들, 성당 마당의 풀을 뽑던 어르신들, 미사 전에 일찍 와서 조용히 기도하던 할머니들, 성당을 마치 제집인 양 휩쓸고 다니던 아이들, 그러다가도 성당의 종이 삼종을 치면 모두가 멈추어서 기도하고, 미사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손발을 닦고 성당으로 들어가던 이들이 떠오릅니다. 그들 모두가 신앙인이었고, 신앙을 살던 이들이었습니다.

 

6. 여기서 저는 복음의 선포와 신앙의 전수라는 당금의 문제를 풀 첫 열쇠를 발견합니다.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 그것이 교리를 외우고 성경을 해석하는 것보다 우선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매일 기도하는 부모를 본 아이들은 자라서 기도하는 사람이 됩니다. 기도하는 사람이 있는 가정에서 신앙이 전달되고 성장합니다.

 

7.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라고 했습니다. 청하고 바라고 두드리는, 곧 우리네 소원을 간절히 비는 것만이 아니라, 주님 앞에 머물며 주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기도라는 말입니다. 또 기도는 나의 시간을 주님께 내드리는 봉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도하는 사람이야말로 주님을 찾는 사람이며,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기도하기 위해 멈출 때 두려움과 불안,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주님 앞에 머물 때 자유로워지기 때문입니다.

 

8. 각 가정에서 잠시라도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매일 한다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했으면 합니다. 떨어져 있는 가족에게는 같은 시간에 기도하기를 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묵주기도나 기도서에 있는 기도문(아침기도, 저녁기도, 가정을 위한 기도, 부모/자녀를 위한 기도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의 한 구절이나 매일미사의 그날 복음을 낭독하는 순서가 있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함께 소리 맞춰 기도한 후에는 각자가 돌아가며 서로를 위해 또는 필요에 따라 청하는 바를 말씀드리고 간단한 축복의 말(주님, ~~에게 축복해주소서.)로 맺으면 될 것입니다.

 

9. 언제나 기도의 끝에는 잠깐의 침묵을 가졌으면 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입니다. 모든 일과 소리를 멈추고 가만히 머물며 주님께서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며 당신께서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도록 내맡기는 것입니다.

 

10. 불안이나 불만의 말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 기도의 소리가 필요한 때입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기도 소리가 더 절실한 때입니다. 그러니 기도의 끈을 놓지 말고 더 기도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모자란 기도는 성모님께서 채워주실 것입니다. 아멘.

 

2020년 7월 5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기념일에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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